“전시차인데 할인해 드릴게요.” 신차 계약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시차, 시승차, 재고차는 서로 다른 물건이고, 가격이 깎이는 이유도 각각 다릅니다. 셋을 묶어서 싸게 나온 신차로 이해하면 정작 확인해야 할 것을 놓칩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먼저 씁니다. 세 차량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할인율이 아니라 등록 여부입니다.
등록이 되었는가, 안 되었는가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는 등록하기 전에는 운행할 수 없습니다. 예외가 임시운행허가인데, 허가 사유 중 하나가 전시차 이동입니다. 즉 전시장에 놓인 차는 통상 등록되지 않은 신차이고, 전시장 사이를 옮길 때만 임시로 허가를 받아 움직입니다.
시승차는 사정이 다릅니다. 고객을 태우고 실제 도로를 달려야 하므로 법인 명의로 신규등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판매될 때는 신규등록이 아니라 이전등록이 됩니다. 서류상 중고차라는 뜻입니다. 다만 제조사와 딜러사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서 시승차는 무조건 중고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전시차 | 시승차 | 재고차·이월차 | |
|---|---|---|---|
| 등록 상태 | 통상 미등록 | 등록된 경우가 많음 | 미등록 |
| 주행거리 | 거의 없음 | 누적됨 | 거의 없음 |
| 가격이 깎이는 이유 | 전시 중 생긴 흠, 옵션 선택 불가 | 주행 이력, 등록 이력 | 재고 보유 비용, 연식 경과 |
| 주의할 점 | 실물 상태 확인 | 보증 기산 시점, 주행 이력 | 연식 표기, 다음 해 감가 |
보증은 등록일이 아니라 판매일부터다
여기서 통념과 반대되는 사실이 나옵니다. 많은 분들이 시승차는 이미 등록되어 있으니 보증 기간이 그만큼 깎였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조사 보증 약관은 등록일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 현대자동차 공식 안내: 보증기간은 신차 판매일로부터 적용되며, 기간과 주행거리 중 먼저 도래한 것을 만료로 봅니다.
- 기아 공식 안내: 신차 판매 익일부터 기산합니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보증은 기간과 주행거리 둘 중 먼저 오는 쪽에서 끝납니다. 시승차에 이미 쌓인 주행거리가 보증 한도에서 먼저 차감되는지는 약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제조사마다 처리가 다릅니다. 추론으로 넘길 부분이 아니라 계약 전에 서면으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전시차나 시승차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습니다. 일반 신차와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재고차의 가격은 시간이 만든다
재고차, 이월차의 할인은 성격이 다릅니다. 차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고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수입차 딜러사처럼 재고를 자기 자금이나 차입으로 확보하는 구조에서는 이 비용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재고 금융(플로어플랜)에서는 금융사가 차량 권원을 쥐고 있다가 판매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데, 회전이 늦어질수록 이자가 마진을 잠식합니다. 업계에서는 회전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할인이나 경매로 털어내는 것이 정상적인 처리로 봅니다. 다만 이 구조는 재고를 딜러가 직접 보유하는 유통 방식에 해당하며, 직영·대리점 중심인 국산차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연식 변경도 겹칩니다. 해가 바뀌면 같은 차가 작년 연식이 되고, 나중에 팔 때 그만큼 감가에서 불리해집니다. 지금 받는 할인폭과 나중에 잃는 잔가를 함께 놓고 봐야 실제 이득이 계산됩니다. 이 계산은 감가 곡선을 다룬 글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전시차는 무조건 싸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제조사 공식 혜택 안내 페이지에는 전시차, 시승차, 재고차 항목이 없습니다. 공개되는 것은 생산월별 기본 혜택 정도입니다. 즉 이들 차량의 할인은 공표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판매 조직의 재량에서 나옵니다.
재량이라는 말은 두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재고 압박이 큰 시점에는 폭이 커지고, 그렇지 않으면 거의 없습니다. 전시차를 신차와 같은 값에 파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도 실제로 존재합니다. 할인폭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자료는 저희가 확인한 범위에서 신뢰할 만한 최신 공개 자료가 없습니다. 전시차니까 얼마는 깎아야 한다는 기준선은 없습니다.
시승차는 험하게 탄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습니다. 개별 차량의 주행 이력과 정비 이력을 보는 것 외에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연식은 세 개의 다른 숫자다
재고차·이월차를 살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연식 표기입니다. 자동차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날짜가 붙습니다.
- 제작연도 — 실제로 만들어진 해
- 형식연도(연식) — 제조사가 해당 사양에 부여한 모델 연도. 제작연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최초등록일 — 등록증에 찍히는 날짜
세 숫자가 어긋나면 나중에 차를 팔 때 값이 갈립니다. 중고 시세는 대체로 형식연도와 최초등록일을 함께 보는데, 어느 쪽을 더 크게 반영하는지는 차종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12월에 등록하느냐 1월에 등록하느냐로 서류상 연식이 한 해 차이 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재고차 할인을 받을 때 이 부분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지금 깎은 금액과 나중에 덜 받는 금액 중 어느 쪽이 큰가가 실제 손익입니다. 오래 탈 계획이라면 할인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3~4년 뒤 되팔 계획이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인증중고차는 또 다른 범주다
혼동하기 쉬운 것이 제조사 인증중고차입니다. 이것은 전시차·시승차·재고차와 달리 명확한 중고차이며, 제조사가 자체 기준으로 선별해 상품화한 물건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기준을 보면 대상 차량은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로 한정되고, 점검 항목은 현대 272개, 제네시스 287개이며 상품화 과정이 단계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무사고는 앞서 다룬 법정 서식상의 무사고 기준과 같은 개념이므로, 그 정의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고 봐야 합니다.
정리하면 네 가지가 됩니다. 전시차와 재고차는 미등록 신차, 시승차는 등록 여부에 따라 갈리는 회색지대, 인증중고차는 선별된 중고차입니다. 같은 매장에서 나란히 제안받더라도 서로 다른 물건입니다.
계약 전에 확인할 여섯 가지
- 최초 등록일 — 등록증으로 확인합니다. 등록되어 있다면 이 차는 서류상 중고차입니다.
- 보증 기산 시점 — 판매일 기준인지 등록일 기준인지, 그리고 기존 주행거리가 보증 한도에서 차감되는지. 서면으로 받으십시오.
- 주행거리 — 시승차라면 반드시. 몇 백 km와 몇 천 km는 다른 물건입니다.
- 제작연도·형식연도·최초등록일 — 셋은 다른 값입니다. 나중에 시세를 결정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 확인해 두십시오.
- 옵션 구성 — 전시차와 재고차는 이미 만들어진 차입니다. 원하는 조합을 고를 수 없습니다.
- 수리 이력 — 전시 중 생긴 흠집이나 이동 중 손상이 처리되었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시차와 재고차는 대체로 새 차이고, 시승차는 새 차의 외형을 한 중고차일 수 있습니다. 할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 할인이 무엇의 대가인지를 알고 받는 것과 모르고 받는 것은 나중에 차를 팔 때 결과가 갈립니다.
보증 기산에 관한 서술은 현대자동차·기아의 공식 보증 안내, 임시운행허가 관련 내용은 자동차관리법 및 지자체 안내, 분쟁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근거합니다. 운영 방식과 약관은 제조사·딜러사·시점에 따라 다르므로 계약 시점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차량 구분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차종이나 판매처를 추천하거나 배제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