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물 설명에 “보증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세 가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보증이 승계되는가, 언제부터 세는가, 그리고 이 차에 붙은 보증이 승계 대상인가.
세 번째가 특히 걸립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승계되지 않는 보증이 따로 있습니다.
국산차 보증은 소유자가 바뀌어도 계승된다
결론부터 쓰면 그렇습니다. 제네시스 공식 워런티 안내에는 다음 문장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차량의 보증기간은 차량의 매매, 기증 등으로 인하여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도 동일하게 계승됩니다.
보증이 사람에게 붙은 것이 아니라 차에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중고로 샀다고 해서 남은 보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안내에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소유자가 바뀔 때 보증서를 인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리는 자동으로 따라오지만 그것을 증명할 서류는 챙겨야 합니다. 차를 인수할 때 보증서가 차 안에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없다면 판매자에게 요청해야 할 항목입니다.
언제부터 세는지가 남은 기간을 정한다
보증 기산일은 등록일이 아닙니다. 현대자동차는 보증기간이 신차 판매일로부터 적용된다고 안내하고, 기아는 신차 판매 익일부터 기산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루 차이지만 기준이 판매 시점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 축이 있습니다. 보증은 기간과 주행거리 중 먼저 도래하는 쪽에서 끝납니다. 연식이 얼마 안 된 차라도 주행거리가 많으면 이미 만료된 항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거의 타지 않은 차는 거리가 남아 있어도 기간이 지났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증은 법정 최소선보다 깁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차체 및 일반부품을 2년 이내(주행거리 4만km 초과 시 만료), 원동기와 동력전달장치를 3년 이내(6만km)로 두고 기산을 인도일로 잡습니다. 제조사의 3년 6만km, 5년 10만km 같은 보증은 이 최소선 위에 얹은 자율 보증입니다.
승계되지 않는 보증이 있다
이 글에서 가장 실질적인 부분입니다. 전기차를 중고로 살 계획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기아의 전기차 보증 안내를 보면 고전압 배터리 보증에 개인최초 고객限이라는 조건이 붙은 항목이 있습니다. 특정 차종에는 평생 보증이 걸려 있는데 여기에도 같은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즉 이 보증은 최초 개인 소유자에게만 해당하며 중고 구매자에게는 오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배터리에 아무 보증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개인최초 한정 보증과 별개로 기본 보증이 존재하고, 그쪽은 차에 귀속됩니다. 문제는 두 보증의 기간과 거리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매물 설명에 적힌 배터리 보증 조건이 어느 쪽을 말하는 것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덧붙여 배터리 보증은 대체로 충전과 방전에 따른 자연 성능 저하를 보증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주행거리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로는 보증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따라 용량이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를 보증 조건으로 명시하기도 합니다.
보증이 깨지는 조건은 생각보다 좁다
“사제 부품 달면 보증 날아간다”, “일반 정비소에서 오일 갈면 보증이 끝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약관 문장을 그대로 읽어 보면 조금 다릅니다.
현대자동차의 보증 제외 항목은 이런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당사에서 제공하지 않은 부품 및 액세서리의 부착에 의한 고장, 지정 정비망에서 수리 및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고장, 성능과 안전에 영향을 줄 만한 구조·장치의 변경이나 개조에 의한 고장. 기아의 표현도 유사합니다.
문장 구조가 전부 같습니다. 그 행위에 의해 발생한 고장을 면책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차량 전체의 보증이 소멸한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이 인과관계 요건을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하는지에 대해 저희가 확인한 국내 판례나 유권해석은 없습니다. 약관 문언상 그렇게 읽힌다는 것과, 실제 분쟁에서 그렇게 인정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낫습니다. 외부에서 정비를 받았다면 어떤 작업을 했는지 기록과 영수증을 남겨 두는 것. 인과관계를 다투게 될 때 근거가 됩니다. 참고로 오일이나 필터 같은 소모품 교환 자체는 원래 보증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 부담 항목입니다.
수입차는 브랜드마다 다르다
테슬라는 신차 제한 보증이 차량에 귀속되며 소유권을 이전할 때 함께 이양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그 외 수입 브랜드에 대해서는 저희가 한글 공식 약관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승계된다고도, 안 된다고도 쓰지 않겠습니다. 수입차를 중고로 검토하고 계시다면 해당 브랜드의 공식 보증 안내 문서를 직접 확인하시거나 공식 서비스센터에 문의하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매물 설명이나 판매자의 구두 설명은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연장보증은 어떤가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연장보증은 사정이 명확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연장보증 상품 안내에는 차량에 귀속되므로 매매나 증여로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자동 승계된다고 적혀 있고, 승계 수수료에 관한 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가입 자체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출고 후 일정 기간과 주행거리 이내의 개인 고객만 가입할 수 있고, 총 담보 기간에도 상한이 있습니다. 중고차를 산 뒤에 새로 가입하려 해도 이미 조건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미 가입된 차를 사는 것과, 사고 나서 가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조사가 아닌 제3자가 판매하는 연장보증은 상품마다 승계 조건과 수수료가 다릅니다. 약관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두 종류의 차이는 제조사 보증과 EW를 비교한 글에 정리했습니다.
중고차 계약 전에 확인할 것
- 최초 판매일. 등록일이 아닙니다. 보증 기산의 기준입니다.
- 현재 주행거리와 보증 한도 거리의 차이. 기간이 남아 있어도 거리가 끝났을 수 있습니다.
- 전기차라면 배터리 보증이 개인최초 한정인지. 이 한 줄이 가장 큰 금액 차이를 만듭니다.
- 보증서 실물. 권리는 따라오지만 서류는 인수해야 합니다.
- 튜닝이나 비순정 부품 장착 이력. 원상복구가 가능한지도 함께 봅니다.
- 연장보증 가입 여부. 가입되어 있다면 그 자체가 값어치입니다.
- 공식 서비스망 정비 이력. 이력이 남아 있으면 보증 청구가 수월합니다.
참고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1,458건이었고, 국산차 52.2%와 수입차 47.8%로 나뉘었습니다. 유형별로는 품질 관련이 59.5%, A/S 관련이 25.7%였습니다. 다만 이 중 보증 승계를 둘러싼 분쟁이 몇 건인지는 별도로 집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증은 중고차 가격에 잘 반영되지 않는 항목입니다. 같은 연식, 같은 주행거리라도 남은 보증이 2년인 차와 3개월인 차는 앞으로 들어갈 돈이 다릅니다. 매물 비교표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 지출을 가르는 항목이 여기 있습니다.
보증 승계와 기산에 관한 인용은 제네시스·현대자동차·기아의 공식 보증 안내, 전기차 배터리 보증 조건은 기아 EV 보증 안내, 연장보증 승계는 현대자동차 연장보증 상품 안내, 법정 최소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피해구제 통계는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근거합니다. 보증 약관과 상품 조건은 제조사·차종·시점에 따라 다르며 변경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해당 브랜드의 공식 문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보증 제도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차종, 브랜드, 판매처를 추천하거나 배제하지 않습니다.